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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지원 / 아마추어의 집
안지원 / 아마추어의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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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랙리스트>
1. 술래잡기
2. 춘곤증
3. 방지턱과 할머니
4. 필주
5. 도깨비풀
안지원 EP [아마추어의 집]
시골에서 채집한 헐겁고 아름다운 음악모음집(.zip)
서울에서 남해로 이주하며 노래를 만들기 시작했다. 지역살이는 누구에게나 추천할 만큼 마냥 좋은 것은 아니다. 다만, 어쩌다 가끔 좋은 이야기를 발견하면 그렇게 기쁠 수가 없다. 나는 좋은 이야기를 통해 조금 더 살아갈 용기를 얻는다. [아마추어의 집]은 남해에 머무르며 채집한 이야기 조각으로 엮은 모음집(.zip)이다.
앨범에 수록된 2, 3번째 곡(‘춘곤증’, ‘방지턱과 할머니’)은 2018년 봄에, 1, 4, 5번째 곡(‘술래잡기’, ‘필주’, ‘도깨비풀’)은 2025년 봄에 썼다. 2018년 봄에는 불편하고 답답한 이 곳을 떠나 어딘지 모를 ‘집’으로 ‘천천히’ 가기를 꿈꿨다. 7년의 시간이 지나 도달한 곳은 여전히 뒷걸음치는 세상이고, 나는 노래와 술래잡기나 하고 있다. 최선을 다해 나아간 곳에는 집에 대한 두 이야기가 있다. 하나는 이어지는 집이고, 다른 하나는 비어 있는 집이다. 이 곳에서 누군가 좋은 이야기와 살아갈 용기를 발견하길 바란다.
[라이너노트]
“아마추어로 살아가는 일, 그것은 미숙함이 아니라 사랑의 고백의 다른 이름이다.”
- 대중음악평론가 정병욱(Byungwook Chung)
노래를 만들고, 부르고 싶어하는 마음은 능력이다. 돌이켜 보면 나는 분명 음악을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는 시간을 지내왔지만, 이상하게도 그것을 직접 하고 싶다는 열망은 한 순간도 들지 않았다. 안지원의 음악은 열망에서 출발했다. 그 동안 전업 음악가로서가 아니었을 따름이다. 통영의 한 행사에서 처음 안지원을 만났을 때 당시 그는 자신을 '음악가'가 아닌 '기획자'라고 소개했다. 그리고 나는 그의 데뷔작을 들으며 이해하게 되었다. 안지원이 기획해온 것이 단발의 무엇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해서 살아가는 방식이자 과정이었다는 것을.
[아마추어의 집]은 5곡의 노래로 이루어진 작은 공간이자 커다란 실험이다. 제목의 '아마추어'는 오늘날 흔히 미숙함이나 전문성의 부재를 뜻하지만, 한편으로는 이제 꽤 잘 알려져 있듯 그 어원이 '사랑하는 사람' '헌신적인 숭배자'라는 뜻의 라틴어 'amator'다. 안지원에게도 노래는 그저 기술이나 직업의 대상이 아닌 살아가는 행위에 관한 지속적 탐구이자 사랑의 형식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번 EP는 삶을 사랑하게 된 사람이, 사랑의 방식으로 노래를 만든 결과다. 좋은 노래는 절실한 사랑에서 피어난 언어라고 믿는다. 안지원은 자신의 삶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안지원이 사는 장소는 남해 시골 마을이다. 중요한 것은 장소가 아니라 그가 선택한 삶의 방식 그리고 그 방식이 노래에 어떻게 반영되어 있는가이다. 안지원이 사는 곳, 안지원이 사는 곳에서 통과하는 관계와 순간들—머물렀다 사라지는 사람들, 어쩌다 놓인 사물, 이름 없는 존재들—의 감응이 모아 짜인 조직이다. 그 안에는 배제보다 수용이, 계획보다 조응이 우선한다. 이때 집은 더는 고정된 장소가 아니라 변형 가능하고 열려 있는 서식지가 된다. 여기서 그는 기억을 구성하고, 삶의 리듬을 조율하고, 하나의 태도로서 노래를 조직한다.
각 트랙을 통해 우리는 안지원의 생각과 감정 너머 삶을 들여다볼 수 있다. 첫 곡 '술래잡기'는 노래와 화자가 펼치는 술래잡기를 통해 그의 '지금, 여기'를 둘러본다. 시작을 여는 풀벌레 소리와 느릿한 아르페지오, 이내 얼렁뚱땅 쿵짝짝 대기 시작하는 3박자 리듬, "구르는 돌처럼" 뱉어 보는 "도레미파솔라시도", 로맨틱한 트럼펫 라인이 어우러지는 자전적 곡이다. 그는 흩뿌려지고 부서진 자신의 세계를 하나씩 좇고 있다. 어그러진 관계와 깨진 세계 속에서, 망각과 외로움의 틈에서 이상하게 온화해진 나를 발견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그린다.
도시의 알람을 끄고 시골의 비에 귀를 여는 순간을 그린 두 번째 트랙 '춘곤증'에는 변화한 삶의 태도가 비친다. "내일은 해가 뜬다는데 나가볼까요? 이렇게 따스한데 방법이 없네요." 새로운 풍경과 계절이 주는 리듬에 순응하며 반복되는 공허로부터 벗어나려는 의지를 보여준다. 쏟아지는 춘곤증처럼 나른하게 출발한 노래는 탄력 있는 백비트의 산뜻하고 록킹한 전환을 거쳐 자유분방한 후주 구간에 접어든다. 화자는 게으름과 부지런함의 이분법이 아닌 조응을 배운다. 모르기는 해도 어쩌면 그의 MBTI가 J에서 P로 바뀌었을 지도 모른다. "나를 붙잡지 말아요. 나는 봄이에요."
'방지턱과 할머니'는 막간극 같은 트랙이다. 리듬과 말이 쏟아지듯 겹친다. 무심하고 우직하게 전진하는 기타 스트로크와 코드 전개 위로 욱여넣는 가사, 극적인 소품 형태의 보컬 코러스 파트가 삶의 속도에 관한 은유를 흥미로운 시트콤의 한 장면으로 바꾼다. "그렇게 빨리 달리면 안돼 언덕길에서 마을길에서" "사람이 없는 곳의 주인, 주성치 고양이가 살고 있으니" 아마도 유머와 자조와 인정으로 포장되어 있을 마을 길을 달리고 난 뒤, 풀벌레 소리가 곡을 닫는다.
유독 마음에 밟히는 곡을 고르라면 '필주'다. 여기서 화자는 자신의 이야기 대신 한 친구의 집에 얽힌 세월과 삶을 노래했다. 누군가의 이름이 제목이 되는 것만으로 특별한 무게를 지닐 텐데 "할머니가 살았던 집에 네가 살고" "막걸리를 좋아하는 것은 그대로" 본래 집에 살았을 법한 할머니와 이곳에 덜컥 들어온 필주의 삶 구체가 한 호흡에 녹여지며 이 노래는 인생이 된다. 파란 꽃무늬 접시, 담뱃불 자국 난 장판, 유행 지난 붉은 색 주방. 많은 순간이 켜켜이 누적된 시공간에 안지원의 노래와 내레이션이 불쑥 들어선다. 습관처럼 한번씩 꺾어대는 그의 창법과 끝음을 툭 던졌다 붙잡았다 왔다갔다 하는 노래가 제법 잘 어울린다. 마치 플루겔혼처럼 부드럽고 따스하게 퍼지는 트럼펫과 보컬 코러스의 소리가 이곳에 중첩되어 한껏 높여진 삶의 온도를 증언하는 듯하다.
"초대하지 않은 손님들을 맞이하네." 마지막 곡 '도깨비풀'은 EP의 철학을 집약한다. 시골의 빈집은 사실 비어 있지 않다. 비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시공간 속 존재와 부재의 겹침, 인간과 비인간의 공존, 노래의 불리는 순간과 노래가 부재하는 순간. 녹슨 철문, 낡은 텔레비전, 이름 모를 새, 바지에 붙은 도깨비풀. 삶과 생명은 어디에나 있고, 이들은 자신만의 질서를 만들고, 시공간의 가치를 창조한다. 안지원의 말처럼 도깨비풀은 빈집의 수호신이자 새로운 주인이다.
데뷔 EP 치고는 장점이 많은 작품이다. 먼저 구성이 좋다. 같은 목소리와 한결같은 태도를 반복하면서도 5곡이 전부 다른 재미를 갖고 있다. 안지원과 보컬 코러스의 노래, 가사의 뜻과 말맛, 각 악기들, 선율과 리듬. 매 순간 다른 것들이 들린다. 다음으로 소리가 좋다. 한 곡 안에서 주로 넓지 않은 음역을 포괄하며 높은 명도와 채도로 짜맞춘 멜로디와 사운드가, 단지 어렵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밌고 세련된 매력을 풍긴다. 인디 팝과 모던 포크의 전형적인 풍경이 바탕의 구성 요소를 이루지만, 전체 풍경은 낯설고 재밌기만 하다. <인간극장>이나 <드라마 스페셜>의 유독 흥미로운 에피소드를 노래로 옮겨놓은 것만 같다. 다음 화, 다음 트랙이 더 있지 않다는 사실이 아쉬울 정도로.
안지원과 짧은 시간 동안 단 한번 가벼운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을 뿐이기에 괜한 추측일 따름이지만 나는 그가 이 데뷔작에 무척 만족할 것이라고, 이 작품을 오래 사랑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마추어의 집]을 통해 조금 더 잘 알게 된 안지원은 삶을 숭배한다. 그냥 사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를 계속 고민한다. 이 노래들은 고민의 지도로서, 삶을 숭배하는 자가 사랑할 수밖에 없는 조용하고 선명한 선언으로 이루어져 있다. 아마추어로 살아가는 일, 그것은 미숙함이 아니라 사랑의 고백의 다른 이름이다.
[Credit]
Produced by 안지원
Co-Produced by 나종윤(아템포랩)
Music Produced by 단편선(아템포랩 / 오소리웍스)
Written by 안지원
Arranged by 단편선
Played by
안지원 - 보컬(1-5)
박찬울 - 나일론 기타(1, 3), 포크 기타(2, 3, 4), 일렉트릭 기타(1-5)
단편선 - 나일론 기타(1), 포크 기타(5), E.P.(5), 오르간(5), 드럼 프로그래밍(5)
장보석 - 트럼펫(1, 4, 5), 플루겔혼(5)
김한결 - 콘트라베이스(1, 4)
송현우 - 일렉트릭 베이스(2)
한인집 - 드럼(2, 4)
단지, 서은송, 예람, 윤숭 - 코러스(1, 3, 4)
김주원 - 코러스(5)
전수현 - 퍼커션(1, 2, 3, 4), 휘파람(2)
Recorded by 나종윤(아템포랩)
Drum Recorded by 천학주(머쉬룸레코딩스튜디오) (2, 4)
Ambience Recorded by 안지원(1, 3)
Mixed by 나종윤(아템포랩)
Mastered by 강승희(소닉코리아마스터링스튜디오)
Design by 추지원
Album Photograph by 이보슬
Profile Photograph by 양희수(마파람사진관)
Photo Support by 하다형
Makeup by 김필주
Showcase Director김호진(튜나레이블)
Distributed by 미러볼뮤직
본 음반은 경남음악창작소 뮤지시스 음반제작 지원사업을 통해 제작되었습니다.
